매일경제 이상덕 기자
한국의 토종 협업툴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글로벌로 뻗어가고 있다.
토종 협업툴 플로우(Flow)를 운영하는 마드라스체크 스토리다. 통상 글로벌 진출은 한국계 창업자가 실리콘밸리에 직접 본사를 설립해 가장 큰 미국 시장을 공략하거나,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 먼저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 단계다. 하지만 한국에서 설립한 토종 협업툴이 영어권과 스페인어권으로 곧바로 진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평가다.
협업툴 플로우를 운영하는 마드라스체크의 이학준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면서 “이제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마드라스체크가 서비스하는 플로우는 팀원당 월 8000원(연간 계약 기준)을 내고 팀원끼리 협업할 수 있는 도구다. 기본 500GB 용량(1인당 50GB 추가) 규모 스토리지도 주어진다. 현재 55개국, 5500개사, 48만개 팀이 사용 중일 정도로 인기다.
사용법은 간편하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관리자를 정하고 업무 진도를 팀원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마감일을 정해 진행 상황을 한눈에 살펴보고 차트를 그려 완벽하게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또 업무는 우선순위·시작일·마감일에 따라 설정이 가능하다. 개인화 기능도 지원한다. 업무에 따라 요청 건수, 진행 건수, 완료 건수 보류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매장 관리, 영업 고객 지원, 마케팅, 디자인, 신제품 개발 등에서 다방면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뿐인가.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연동해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을 진행할 수 있고, PC는 물론 태블릿 스마트폰에서도 연동해 사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플로우가 성장한 배경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도 이해하기 쉬운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있다. 이 대표는 “좋은 외국 협업툴도 있다”면서 “하지만 사용자가 늘면 점점 모두가 함께 사용하기 어렵고, 용량도 무거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중성 있는 협업툴을 만들어야지만,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협업툴은 무조건 쉬워야 한다”면서 “개발 과정에서 사람과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플로우가 디지털 전환에서 AI 전환으로 꿈을 꾸고 있는 이유다. AI를 도입해 사무직 근로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AI는 UX와 UI에 대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사용자가 요청하는 맥락을 이해하게 해준다”면서 “플로우도 이에 LLM을 연동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협업툴 플로우에 “디자인팀이 이달 완료해야 할 업무를 알려달라”고 입력하면, 해당 업무가 검색 없이 등장한다. 지금껏 UX·UI는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직접 찾아야 했는데, 이제는 AI를 통해 즉석에서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AI 프로젝트 템플릿 △AI 하위 업무 △AI 업무 일지 △AI 업무 필터 △AI 에디터 템플릿 △AI 담당자 추천 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복잡한 조건의 업무 검색이 필요할 땐 비서에게 말하듯이 플로우에 입력하면 된다.
이 대표는 AI 접목에 대해 “직원 100명이 200명이 되는 효과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플로우에 AI가 도입되면서 UX 혁신, 데이터 활용 혁신, 시간 절감 등이 가능해졌다. 인건비의 0.1% 정도만 협업툴에 투자해도 생산성의 20~30%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플로우는 AI를 앞세워 글로벌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영국 멕시코 미국 일본 등 수십 명에 달하는 글로벌 인재를 채용한 상태다. 영국 지사를 중심으로 영어권을 공략하고, 멕시코 지사를 중심으로 스페인어권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또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에도 지사를 냈다.
그만큼 글로벌 진출에 자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하는 문화는 회계나 세무와 달리 전 세계가 비슷하다”면서 “제대로 된 제품만 있다면 글로벌에 도전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마케팅하는 방법 역시 한국과 닮았다. 지사에서 플로우를 마케팅하면 문의가 들어오고, 잠재고객을 유료 고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현재 플로우는 B2B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협업툴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항상 켜 두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만 우수하다면 진화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플로우에는 근태관리와 전자결재도 붙어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가운데 제품은 우수하나 마케팅 영업이 안 되는 곳이 많다. 그런 곳과 손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로 플로우가 9년 차를 맞았다”면서 “하지만 매달 2차례씩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자들이 원하는 것은 회사 내 산적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플로우는 수많은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9년 웹케시그룹에 입사해 2015년 사내벤처 1호로 마드라스체크를 창업했다. 올해로 9년 차 CEO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은 마드라스체크 창업 당시 “5년 뒤 플로우가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