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유럽·남미에서도 통한다···’ 마드라스체크 협업 툴 ‘모닝메이트’의 접근법은?
동아닷컴 남시현 기자
IT 업계에서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핵심 IT기업들이 모두 미국계인 만큼 영어의 위치는 독보적이며, 이용자 수가 많은 중국어와 남미 권역의 스페인어도 대단히 중요하다. 가능한 많은 언어와 문화권을 사로잡는 서비스가 곧 전 세계 시장을 사로잡는다고 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세계 최대 음원 사이트인 스포티파이(Spotify)도 영어 권역이 아닌 스웨덴 기업으로, 처음에는 북유럽 시장에서만 유효했다. 하지만 2009년 영국에 진출한데 이어 11년 미국까지 진출하면서 지금처럼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영어권 이용자를 사로잡은 게 스포티파이의 성공 비결인 셈이다.
완성도 높은 다국어 지원,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는 발판
스포티파이의 사례 이외에도 라인이나 틱톡, 위챗, 알리페이 등 처음에 내수 시장에서 시작했다가, 추후 글로벌 서비스로 내놓은 뒤 급성장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에 공식 진출할 정도의 기업이면서, 영어권이 아닌 국가에서 설립된 기업이라면 다 영어를 지원하면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 특화된 다국어 지원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이를 잘 겨냥한 사례가 등장했다. 국내 대표 협업 툴 ‘플로우(flow)’의 개발사 마드라스체크는 지난 4월 플로우의 글로벌 버전인 ‘모닝메이트(MorningMate)’를 공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모닝메이트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협업을 추진하는 플로우의 기본 기능을 바탕으로, 해외 업무 문화와 다국어 서비스를 반영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현재 영어와 일본어, 베트남어를 포함해 미국, 일본, 영국,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상반기 중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독일어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모닝메이트가 다양한 문화권과 언어권에 대응하는 이유는 코로나 19 이후 동남아, 남미 등 산업화가 시작된 국가에서 디지털 업무 문화인 협업 툴을 도입하는 경향이 늘고 있어서다. 변화하는 디지털 업무 문화에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협업 툴, 특히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개선하고 있는 서비스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들어보았다.
국산 협업 툴 ‘모닝메이트’, 출시하자마자 러브콜
모닝메이트는 이제 막 출시 1개월 차,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 단계임에도 이미 35개 국가의 사용자를 확보한 상황이다. 5월에는 콜롬비아의 국영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고 중남미 시장 진출의 가능성도 확보한 상황이다.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이자 인구 250만 명의 도시 메데진(Medellín)의 통합교통정보센터(CITRA)는 최근 모닝메이트 도입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협업 툴 이용에 들어갔다.
어떤 경로를 통해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의 국영 기업이 우리나라 협업 툴을 선택하게 된 걸까? CITRA 관계자는 “CITRA는 대한민국이 6.25 전쟁 참전 국가인 콜롬비아에 교통관리 IT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설립된 기관이다. 이 때문에 우리 기관은 대한민국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으며, 협업 툴 도입을 앞두고 직접 제품 체험과 미팅까지 제공받아 모닝메이트를 선택하게 됐다”라며 입을 열었다.
다른 글로벌 서비스가 아닌 모닝메이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CITRA 관계자는 “아직 남미 지역은 슬랙이나 노션 등의 서비스는 대중화하지 못했고, 왓츠앱과 이메일로 일한다. 이런 서비스에 비해 모닝메이트는 페이스북처럼 사용 방법이 쉽고 메신저는 물론 프로젝트 업무 관리까지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는 점이 와닿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도 평가가 매우 좋아 빠르게 사용 후 전사 도입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며, 다른 공공기관에도 소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CITRA의 모닝메이트 도입을 위해 콜롬비아를 방문한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는 “일주일 간의 콜롬비아 출장을 통해 콜롬비아 대기업과 대학교, 공공기관 등 여섯 곳의 잠재 고객을 만났는데 반응이 좋았다. 한국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꼼꼼히 반영한 덕분에 해외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한류 열풍으로 인한 인지도 수혜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지의 협업 문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해외 기업들은 프로젝트가 팀 단위를 넘어서 외부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많다. 영어와 스페인어 권역만 맞다면 세계 어느 곳과도 협업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에서의 확장성은 매우 높게 보고 있으며,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K-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성공을 이뤄낼 것”이라고 답했다.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 “글로벌 버전, 도전할만한 가치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국내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영문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모닝메이트의 도입 사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왜 그럴까? 이 대표는 “한식 문화나 국산드라마, K팝이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K소프트웨어의 성적이 좋지 못한 게 현실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우버 등의 글로벌 서비스는 전 세계 어디서든 쓸 수 있게 만드는데, 네이버나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의 서비스는 한국을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글로벌 서비스로 진출하려면 국가별 언어와 업무 문화, 법적 규제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협업 툴은 확장성이 좋아 도전할 가치가 크다”라고 말했다.
모닝메이트에 대한 현지에서의 반응도 물어봤다. 이 대표는 “현지 사용자들이 꼽은 모닝메이트의 장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처럼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외부 사람을 초대해 프로젝트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면서, “콜롬비아의 경우,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하고 또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기업이 진출한 영향도 분명하다. 이들 기업이 플로우의 고객사라는 점도 신뢰를 더했다. 유럽의 경우 국적을 따지지 않고 제품이 좋은가를 평가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CITRA 사례로 성공 가능성을 본 이학준 대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 직접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일본은 합작법인, 베트남 등 동남아는 파트너 형태의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는 시장에서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현지 팀 구성과 본사와의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2년 내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 한국형 소프트웨어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K-소프트웨어, 완성도 높은 다국어와 현지화 작업 필수
시장조사기관 IDC가 조사한 우리나라 SaaS 시장 규모는 2020년 5천680억 원에서 2025년 1조143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내 글로벌 SaaS 시장 규모는 2020년 1천682억 달러(한화 약 224조 원)에서 25년 3천498억 달러(약 466조 원)으로 성장한다. 국내 SaaS 시장 규모가 글로벌 시장의 수백 분의 일에 불과하고, 기업의 생존과 성장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인 상황이다.
그런 시각에서 모닝메이트의 사례는 모범이 될만한데, 스포티파이의 성공 전략과도 교집합이 있다.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1위 서비스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영어를 지원하고 영어권 국가에 진출한 게 다가 아니다. CD나 MP3 등이 중심인 현지의 음원 사업을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성하고, 저작권 법과 수익 분배에 대한 개념을 국제 사회의 눈높이로 평준화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다.
모닝메이트 역시 언어의 장벽을 넘어 현지의 눈높이에 맞추는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협업 툴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한 갈래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겨냥해 글로벌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드라스체크는 물론 더 많은 국내의 우수한 기업들이 진정성을 품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