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남시현 기자
올해 들어 스타트업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올해 1분기 국내 벤처 투자 및 펀드 결성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60.3%, 78.6% 줄어들었다고 발표했고, 시장 냉각을 막고자 혁신 벤처 및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약 10조 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구조조정 등이 겹치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회복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23년 2분기 글로벌 벤처 캐피털 투자는 약 940억 달러로, 코로나 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또 평균 거래 규모 및 투자는 각각 8%와 42%씩 증가했으며, 인공지능 및 생명공학 스타트업들이 대세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즉 해외 시장은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든 반면, 우리나라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런 흐름은 결국 스타트업의 생존력을 판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수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발을 넓히는 스타트업들도 늘고 있다. 협업 툴 ‘플로우’를 서비스하는 마드라스체크는 지난 5월에 해외 시장을 위한 협업 툴 ‘모닝메이트’를 출시하고 남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를 만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과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배경, 성과 등을 들어봤다.
사업 지속성 확대를 위해 ·· ‘모닝메이트’로 해외시장 공략 나서
마드라스체크는 지난 5월, 플로우의 글로벌 버전인 모닝메이트(MorningMate)를 출시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모닝메이트는 △프로젝트 △메신저 △간트차트 △OKR(목표 및 핵심 결과 설정) △화상회의 등의 주요 협업 툴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같은 타임라인 기반의 구성으로 편리한 활용도와 현지화를 동시에 실현하려 한다. 이학준 대표(이하 이 대표)에게 올해 스타트업 시장의 분위기와 해외 시장 상황에 대해 먼저 질문했다.
이 대표는 “8년 전에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수익성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B2C 플랫폼만 구축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초창기 카카오톡이나 배달의민족이 수익 구조 없이 사용자 유치만으로 막대한 투자를 받았던 것도 이런 분위기 덕분이었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서 “지금은 금리가 올라 투자 부담은 커지고, 수익 구조가 없으면 자생할 수 없어서 수익 구조가 있는 기업만 살아남고 있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시장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가 해외 진출을 나선 것도 이런 시장 상황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만으로 생존이 어렵다. 1인당 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직원 10명을 유지하기 위해 20명 대 중소기업 천 개를 유치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시장 규모가 커서 어렵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목표다. 그래서 마드라스체크도 중소기업보다는 규모가 큰 대기업 위주로 도입 사례를 만들었고, SaaS만 고집하지 않고 망 분리나 오프라인 환경 등 도입 기업이 원하는 것에 발맞춰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라고 말했다.
영국·멕시코에 해외 법인 설립, 해외시장 분위기는?
이 대표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것은 해외 시장의 규모의 경제가 크고, 이를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이 무조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데, 이 부분은 어떻게 접근했을까. 이 대표는 “작년 12월에 무작정 영국으로 출국했다. 다행히 채용 시장에 인재가 많은 상황이어서 쉽게 팀을 만들 수 있었고, 두어 번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본격적으로 마케팅 팀을 구축했다. 물론 팀 빌딩만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고 생각하면, 국내 서비스를 해외 버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볍게 보자면 서비스를 번역하고 끝이 아닐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플로우(flow)라는 단어가 일반 동사여서 검색엔진 최적화를 위해 이름부터 모닝메이트로 바꿨다. 또 한국식 결제 체계나 번역, UX/UI, 자동화 기능 등은 물론 문화적 차이에 따른 서비스 특성까지 모두 바꿔야 했다. 처음 6개월은 이 작업에만 집중했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모비스 등 글로벌 기업들로 검증된 서비스 품질, 그리고 현지 직원들과의 최적화 덕분에 모닝메이트는 기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6개월 걸릴 매출을 영국과 멕시코에서는 두 달 만에 달성했다. 영국에서는 식재료 유통 기업 JS홀딩스 및 한식 레스토랑 체인 본사, 로펌에 납품했고, 멕시코에서는 쿡스(CUGS) 대학교에도 납품했다”라고 성과를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보다 가치창출의 폭이 더 넓다. 한국에서는 1인당 연 서비스 비용이 10만 원인데, 달러로는 12달러를 받으니 환율에 따른 이윤이 더 크다. 또 해외에서는 소프트웨어 유료 구독이 일반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러 성과들을 통해 총 세 가지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선 모닝메이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걸 검증했고, 또 한국에서 6개월 걸릴 매출을 두 달만에 달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2015년 창업했을 때에는 수익 창출까지 3년이나 걸렸는데, 사무실도 없이 영국으로 떠나 1년도 안돼 매출을 만들어냈다는 점 자체가 고무적이다. 또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과정 등에서 시행착오를 덜 겪고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이런 부분 하나하나가 성과”라고 덧붙였다.
파이가 큰 해외 시장, 관건은 현지화
세계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모두가 나눠먹고도 남을 정도로 파이가 크고 넘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라면 더더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업, 그중에서도 현지화가 쉬운 서비스일수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협업툴은 상황이 낫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인재관리나 재무 회계, 세무 시스템 등의 소프트웨어는 국가마다 회계나 세법이 다 달라서 진출이 어렵다. 반면 메신저나 협업툴 등은 해외 진출이 쉽다. 슬랙, 노션, 지라 등도 다 한국에서 그대로 쓰고 있지 않은가. 경쟁사들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할 만큼 시장이 냉각되고 있지만, 살아남은 게 강하다는 말처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