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현대모비스, 미래에셋…카톡 있는데 왜 유료 협업툴 ‘플로우’ 쓸까?
매일경제 박수호 기자
현대모비스, 삼성전기, 미래에셋증권, BGF리테일,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들 회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의 협업툴, ‘플로우’를 쓴다는 점이다. 국내외 이용 기업만 최근 3700개를 넘겼다.
협업툴? 일반인에게는 좀 생소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업무회의를 해야 하거나 온라인 교육, 사내 임직원 간 채팅부터 각종 결재, 프로젝트 제안 작업 등 임직원들이 같이해야 일이 많다. 채팅 하나 한다고 해도 누구는 카카오톡만, 다른 누구는 네이버 라인을, 다른 이는 텔레그램으로만 소통한다고 해보자. 이들이 한 회사에서 근무한다면 업무 효율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각 회사는 소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출근해서는 회사용 소프트웨어나 메신저를 쓰라고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니즈를 포착, 전문적으로 다양한 협업 기능을 갖춘 앱 혹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협업툴이다. 처음에는 사내용으로만 썼다면 최근에는 다른 협력사와 프로젝트할 때도 범용 협업툴을 써서 자료를 교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만큼 확장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특히 주요 대기업, 금융사는 물론 스타트업도 쓴다는 플로우는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쑥쑥 성장하고 있다. 각 회사 임직원은 플로우에만 접속하면 꼭 회사가 아니라 어디서든 비대면 업무 소통을 할 수 있다.
플로우 창업자는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 원래 상장사 웹케시 직원이었다가 2015년 사내 벤처로 창업, 분사해 오늘에 이른다. 다음은 이학준 대표와 일문일답.
Q. 마드라스체크라는 회사명이 생소하다.
마드라스체크는 인도의 첸나이(옛 마드라스) 지방의 체크무늬 패턴 이름이다. ‘연결의 힘으로 일을 쉽고 빠르게’라는 회사 미션에 따라 연결을 상징하는 ‘#해시태그’ 형태의 체크무늬를 차용했다. 왜 하필 마드라스냐고? 대학교 때 우연히 봉사활동을 가게 된 곳이 인도 첸나이 지방인데 그 지역의 색감이 너무 예뻤던 기억이 나서 이렇게 짓게 됐다.
Q. 창업 계기도 특이한데.
원래는 B2B 핀테크 기업인 웹케시 직원이었다. 직장 다닐 때 늘 의문이 그룹웨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이 단톡방이나 밴드로 소통하는 것이었다. 일반 모바일 메신저는 보안에 취약하고 업무관리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는데도 그랬다. 기업용 전문 협업툴의 필요성을 느끼고 사내에서 이 제품을 만들게 됐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웹케시라는 회사는 핀테크 전문기업이기에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웹케시 그룹 사내벤처 1호가 분사했다.
Q. 이미 해외 협업툴도 많고 국내 경쟁사도 꽤 있는데 뭐가 차별점인가.
협업툴 플로우는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관리 기능과 메신저 기능이 결합된 협업툴이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로만 소통을 하게 되면 누가, 언제까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현재 진행’ 상태를 공유하기 어렵다. 플로우는 명확하게 업무를 등록하고 진행 상태를 공유할 수 있어서 지금과 같이 원격 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도입된 시대에 서로 신뢰하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Q. 최근 급성장하면서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있는데.
제품에 대한 차별성,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모비스, 삼성전기, 이랜드는 물론 미래에셋증권, 대구은행, KB캐피탈 등 산업, 금융 대기업이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협력사도 플로우를 안 쓸 수 없게 된 것이 컸다. 플로우가 이처럼 빠르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해외 솔루션과 달리 매우 직관적이라서다. 일단 쉽다.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카카오톡, 밴드 쓰듯이 별도 교육 없이 가입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IT 활용 능력이 비교적 낮은 비개발자들도 쉽게 사용하면서 대중화가 빨라졌다. 또 플로우는 슬랙, 팀즈, 카카오워크, 잔디와 같은 국내외 메신저 중심의 서비스와 달리 목표 달성을 위한 프로젝트 관리 중심으로 설계됐다. 회사에서 협업을 잘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목표 달성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의 투명하고 빠른 업무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관리자들은 팀원들의 업무 진행 상태를 파악하기 쉬워서 한 사람에게만 일이 집중되거나 특정 직원은 여유가 많아지는 관리상 맹점을 방지할 수 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투명하게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공유할 수 있어 성과와 실력으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인수인계 과정 없이 연속성 없는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과거 프로젝트 소통 내용을 참고해 우수 사례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게 봐주는 것 같다.
Q. 돈은 어떻게 버나.
클라우드상에서 사용자당 월 사용료를 받는 구독 형태(SaaS·구독형 유료 서비스)와 사내망에 구축하는 On-Premise(구축형) 두 가지 공급 방식을 모두 제공한다. 구축형을 병행하는 이유는 보안, 규제에 민감한 금융 회사, 일부 대기업 때문이다. 이들 회사는 망분리된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사 내에서만 협업하는 구축형을 더 선호한다. 플로우는 국산 협업툴 중 거의 유일하게 구축형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Q. 회사 경영하면서 위기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창업 초기인 7년 전에는 협업툴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업들에 익숙하지 않았다. ‘카톡이 있는데 왜 비용을 내고 이런 걸 도입해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영업,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재무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해서 좋은 기능을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인재 확보도 어려웠다. 처음 설립했을 때의 포부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 보니 임직원 사기 저하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기업, 한 기업 영업을 했다. 고객의 소리를 듣고 제품 업데이트도 매주 꾸준히 했다. 마침 지라, 트렐로, 슬랙, 팀즈 같은 해외 솔루션도 속속 국내 진출을 했다. 협업툴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 여러 협업툴을 써보던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제품이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Q. 협업툴 시장 성장성은 어떤가.
우리나라만 해도 기업 수가 80만개 이상이다. 10%만 사용을 해도 8만개 기업이다. 구독 매출만 따져봐도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재택으로 일을 하다 보니 누가 어떤 업무를 언제까지 할지, 현재는 몇 %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재택근무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사무실 출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플로우 등을 활용, 업무관리를 잘한 기업들은 비교적 그런 혼란을 덜 겪었다. 이런 성공 사례가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무료가 아닌 유료로 사용하는 국내 대표 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
Q. 위협 요인은 없나.
제품을 이상하게 만드는 협업툴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나서 협업툴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다. (오히려 잘 만든 툴이 나오는 것은 활용에 대한 인식과 산업을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Q. M&A,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성장 방식이 있을 텐데 회사 성장 전략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아왔다. 제품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국내외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몇 년 뒤에는 상장도 할 것이다. 아시아 대표 유니콘 SaaS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협업툴 플로우가 궁금하다면?